먹는이야기

[스크랩] 겨울이 깊을수록 맛도 깊어져 - 1월 새조개

우도삼삼 2016. 3. 7. 13:32

바지락, 가무락 등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조개들은 보통 여름 산란을 앞둔 봄철에 맛과 영양이 가장 풍부하다.  

봄 조개를 맛보려고 이 시기에 조개구이 집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우리 연안에 서식하는 대부분의 조개류들은 여름 산란을 앞두고 5월까지 가장 맛있다. 

 

하지만 겨울이 깊을수록 맛도 깊어지는 귀족조개가 있다.  

여수의 가막만, 고흥 득량만, 충남 서산과 태안, 홍성 등 천수만 일대에서 주로 잡히는 새조개가 바로 그것이다.  

예전에는 맛과 영양이 빼어나 대부분 고급 초밥용으로 일본에 수출되었다.  

때문에 정작 우리 국민들은 제대로 맛조차 볼 수 없었다.  

그저 특유의 감칠맛이 높은 귀족조개라 생각하며 입맛만 다셔야 했다.  

 

 

 ►아이들 주먹만큼이나 한 크기에 겨울이 깊을수록 맛을 내는 새조개

 

새조개는 요즈음 서남해안 일대에서 두루 잡힌다.  

그런데 해방 직후에는 한동안 경남 연안에 대량 서식하여 인근 어민들의 주 소득원이 되었다.  

이 때문에 한때는 새조개를 해방조개라 불렀다고 한다.  

새조개란 이름은 속살이 마치 새의 부리모양처럼 생긴 데서 유래했다.  

지역에 따라 갈매기조개(통영), 갈망조개(남해), 오리조개(거제)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모두 새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 재미있다.  

 

 

 ►속살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 해서 새조개라는 이름을 얻었다

 

주로 서남해안 인근에서 잡히던 새조개가 충남 천수만까지 올라온 것은 1983년 천수만에 방조제가 들어선 이후부터다.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새조개 서식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새조개 서식지로 떠올랐지만 수도권과 가깝고 채취량이 많아서 지금은 천수만이 새조개의 대표 산지로 떠올랐다.  

   

새조개는 보통 12월에서 4월까지 잡는다.  

‘형망’이라고 해서 쇠갈퀴가 달린 자루그물을 배에 매달고 진흙 펄을 훑어 6cm 이상 자란 것을 주로 잡는다.  

이 시기에 새조개 조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가을까지 산란을 마친 새조개에 새살이 돋아 제 맛이 들기 때문이다.  

겨울이 한참 깊어가는 1~2월에 새조개의 맛과 영양이 절정에 이른다.  

 

 

►택배 시스템의 발달로 산지의 싱싱한 새조개를 하루 만에 받아볼 수 있다  

 

12월부터 새조개 철이 시작되면 산지 식당에서 새조개 샤브샤브가 주요 메뉴로 오른다.  

그리고 1월 중하순에는 천수만 인근 홍성의 남당리 일대에서 새조개 축제가 열린다.  

새조개 철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는 소리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도시에도 몇 해 전부터 새조개를 취급하는 식당이 생겨서 겨울이면 새조개 샤브샤브와 새조개 회를 낸다.  

 

굳이 산지 식당을 찾거나 멀리 새조개 축제에 가야만 제철 새조개 맛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 발달된 우리나라의 택배 시스템은 제철 식재료 구입도 매우 수월하게 해주었다.  

제철이 되면 산지로부터 채취한 신선한 새조개를 하루면 받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귀족조개답게 가격은 그리 만만치 않다.  

그래도 제철 새조개를 한 번 맛봐야겠다면 1월이 제격이다.  

이때 맛이 일품일 뿐만 아니라 필수 아미노산, 칼슘, 철분, 타우린 등의 성분도 최고조에 이른다. 

  

일반가정에서 새조개 손질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살아 있는 새조개의 껍질은 다른 패류와 달리 손으로 쉽게 벌릴 수 있다.  

양손으로 이 껍질을 벌려서 새부리 모양의 속살을 깨끗이 들어낸다.  

그런 다음 펄이 든 내장을 떼어내고 새부리 모양의 몸통을 칼로 살짝 갈라 검은 배설물을 씻어내면 끝이다.  

 

 

 ►새조개는 초장이나 생와사비에 살짝 찍어 날로 먹는 맛이 최고다

 

날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깨끗이 손질한 새조개 속살에 초장을 살짝 발라 입에 넣어보자.  

그러면 부드럽게 살캉거리며 씹히는 식감이 먼저 우리를 맞는다.  

그리고 착착 감기는 단맛이 새조개를 먹는 내내 입안을 감돈다.  

제철 새조개의 부드럽고 달달한 회 맛이 둘러앉은 가족들을 행복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새조개 샤브샤브는 신문지 밥상을 깔고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며 먹는 것도 좋다

 

날것에 물린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새조개 샤브샤브를 준비해보자.  

우선 전골용 냄비나 팬에 육수를 낸다. 멸치와 다시마, 표고버섯 등을 넣어 끓인 육수면 충분하다.  

여기에 집간장이나 질 좋은 액젓으로 색깔과 감칠맛을 더하고 최종 간은 소금으로 맞추면 된다.  

육수가 준비되면 새조개와 함께 먹을 채소와 버섯 등을 준비하자.  

우선 저장배추나 월동배추 노란 속대를 알맞은 길이로 썰어 육수에 넣어 익히면 국물맛이 달짝지근 좋아진다.  

여기에 쑥갓이나 미나리 등을 살짝 담갔다 건져 먹으면 좋다.  

생표고와 팽이버섯도 새조개 샤브샤브와 잘 어울린다.  

 

 

 ►새조개 샤브샤브 타임. 새조개가 조금 모자라 검밀복도 한 마리 풍덩

 

채소와 버섯이 한소끔 끓으면 본격 새조개 샤브샤브 타임이다.  

팔팔 끓고 있는 육수에 손질해놓은 새조개를 살짝 담갔다가 채소나 버섯 등과 함께 건져 먹으면 된다.

이때 주의할 것은 타이밍이다.

어떤 사람은 5초 이하만 담갔다 건지라 하고, 어떤 블로거는 10초를 넘기지 말라고 충고한다.

입맛의 차이에 따라 나름대로 새조개 익힘 적정시간을 정했을 텐데 요지는 너무 익히지 말라는 것이다.  

모든 샤브샤브 재료가 다 그렇듯이 살짝 익혔을 때 제 맛이 난다.  

너무 익히면 육즙이 모두 빠져 질겨지고 제 맛이 달아난다.  

특히 새조개는 살짝 익혀 살캉거리는 치감을 즐겨야 제대로 먹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새조개 샤브샤브의 끝은?

 

귀한 새조개 샤브샤브가 끝나면 남은 국물로 새조개 칼국수나 라면으로 마무리해야 제격이다.  

생면을 다른 냄비에 살짝 삶아서 새조개 샤브샤브 국물에 넣어 끓여가며 먹으면 이런 별미가 어디 있을까 싶다.  

육수에 새조개의 달큰한 감칠맛이 우러나 국물이 이런 깊은 맛을 낼 게다.  

 간편하게 라면 사리를 투하한 새조개 라면도 샤브샤브 이후의 맛보기 식사로 적당하다.  

면이 싫으면 미나리, 당근, 쪽파 등 남은 야채 송송 썰어 넣고 참기름 살짝 둘러 볶음밥으로 마무리한다.

출처 : 목포 순희의 생선 카페
글쓴이 : 조이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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