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 사는 맛 전문 블로거 맛객. 그는 한 달에 한두 번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고 있다. 그가 주문하는 물품은 맛 전문 블로거답게 거의 100프로 먹을거리다.
최근에도 알토란 5kg을 15,000원대의 형편없는 가격에 주문했다. 하지만 만족도는 별 다섯!
(토란은 토란탕만 생각하기 쉬운데, 쪄서 먹어도 색다른 맛이다. 토란을 찔 때는 밥 한 수저(없으면 쌀을 조금 넣어도 된다)과 다시마 한 장을 넣으면 토란의 쏘는 맛을 죽여주고, 안 좋은 성분을 중화시켜준다)
알토란 주문하러 가기▷http://farmmate.com/auction/home_auctionview.php3?mode=subview&gnum=633
인터넷 쇼핑몰을 신뢰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잘만 선택하면 보물을 건진 수 있다는 게 맛객의 지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만족스런 결과만 있는 건 아니다. 달 보름 전, 거금 7만5천원을 들여 랍스터 3마리를 주문했다.
오래전 양재동 예술의 전당 앞에 있는 랍스터전문점에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떠 올리면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일까? 시식평가는 꽝! 꽃게 한 마리보다 먹을 게 없는 랍스터였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은 한 마리 남은걸 정육점에 가지고 가서, 정말 마리당 600g인지 저울에 달아보라고 했지만, 그냥 “선택을 잘못한 게 죄지” 자위하고 넘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맛객을 절망감에 빠뜨린 건 일주일 후였다. 7만5천원하던 고놈이 4만원대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랍스터가 맛객을 두 번 죽인 경우다. 기대치가 바닥까지 떨어진 랍스터 한 마리는 지금도 냉장고 냉동실에 처박혀 추위와 싸우고 있다고 한다.
랍스터 때문에 속상해하고 있던 맛객을 위로해준 건 참꼬막이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전라도 식품 마지막 초특가전’ 행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거기서 고흥 여자만에서 나온 참꼬막 3kg을 15,800원에 주문했다(배송료는 무료).
시장에서 킬로에 5,000원씩 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면에선 초특가전답지 않다. 그래서 다른 쇼핑몰의 꼬막 가격과 비교해봤다. 참꼬막 같지도 않은 게 가격만 쎄다. 어디 산인지 밝히지도 않은 출처불명의 꼬막이다.
그것들에 비하면 초특가전 맞다. 맛객이 꼬막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가격대가 맘에 들기도 하지만 고흥 여자만 꼬막이기 때문이다. 흔히 참꼬막 하면 보성 벌교를 알아주고 벌교참꼬막으로 브랜드화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외부에 알려진 사실일 뿐이고, 벌교 참꼬막의 주산지는 고흥 여자만(순천만)이다. 여자만은 고흥 뿐만 아니라 보성 순천 여수에 걸쳐있다. 보성쪽 여자만을 끼고 있는 장암리와 장도리에서도 꼬막은 나온다.
(고흥 선정마을 쪽에서 바라본 여자만, 육지가 빙 둘러 바다를 품고 있어 마치 호수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벌교 참꼬막의 대부분은 나온다. 인근 장흥지역의 득량만에서 나오는 참꼬막까지 합하면 참꼬막 전국 생산량의 70프로에 달한다, 새만금 갯벌 파괴로 수치는 더 올라갈지도 모른다)
고흥 여자만에서 꼬막 채취를 주업으로 삼고 있는 선정리는 100호가 넘는 대 마을이다. 빈집이 늘어만 가는 여느 농촌마을과 대조적으로 빈집이 없다. 오히려 도시로 나간 사람들이 되돌아오고 있다고 하니 이 모든 게 여자만, 특히 참꼬막이라는 보물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자만을 둘러보면 참 이보다 더 좋은 갯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바다는 평온하다. 여자만을 감싸는 육지는 공업시설이라던가 오염시킬만한 요소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처럼 좋은 갯벌에서 나는 게 참꼬막이다.
그렇다면 왜 고흥 여자만의 선정꼬막이 아니고, 벌교 참꼬막으로 유명해졌을까? 일제시대에 벌교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중요한 지역이었다. 남도의 곡물은 벌교를 통해 일본으로 반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교통을 발전시킬 수밖에 없고, 교통이 발달되니 자연스럽게 인근 지역에서 나는 농수산물의 집산지가 되었다.
(벌교역 앞에는 언제나 노상 수산시장이 선다. 벌교 특산품인 참꼬막 뿐만 아니라 인근 바다에서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이 잔뜩 진열되어 있다)
벌교는 교통과 상권이 형성되면서 급속하게 발전하게 되고 당시만 해도 꽤 큰 도시였다. 벌교에서 주먹자랑 하지 말란 이야기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돈이 있는 곳에 주먹들은 몰려들게 마련이다. 지금은 지방의 소읍에 불과하지만, 그때 벌교의 상권이 어느 정도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참꼬막처럼 주산지와 집산지가 다른 것과 비슷한 예로 영덕대게를 들 수 있다. 사실 영덕대게는 영덕보다 인근 구룡포나 울진에서 더 많이 잡힌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 비해 교통이 좋은 영덕이 대게의 집산지가 되다보니 오늘날에 와선 대게의 고장이 되었던 것이다. 울진은 빼앗긴 대게의 고장을 되찾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더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가 않고 있다.
(참꼬막 3킬로가 배달되어 왔다)
맛객에게 꼬막을 받아 본 소감을 물었다.
“만족합니다. 산지에서 바로 배송을 해 주기 때문에 큰 것과 작은 것이 뒤섞여 있지만
신선도는 시장의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예요. 더군다나 여자만에서 나온 꼬막이잖아요.”
(산지에서 직배송한 관계로 크기가 제각각이다. 꼬막은 너무 커도 식감과 미감이 떨어진다. 500원 원동전보다 살짝 큰 게 맛있다)
꼬막 없는 겨울은 행복 한 가지를 잃은 것과 같다는 맛객, 꼬막예찬이 끝이 없다.
“저평가 우량주예요. 뛰어난 맛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얘기죠.”
저평가 우량주, 맛을 아는 이가 별로 없어 찾는 그대들이 별로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꼬막 마니아나 맛을 찾는 블로거들에 의해 그 참맛을 아는 그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동안 철저히 숨겨져 있던 맛이 참꼬막이다.
꼬막의 본고장 전라도에서도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주로 먹었고 내륙 쪽으로는 명절 때나 잔칫날에 주로 내 놓았다. 참꼬막의 맛이 널리 퍼지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가 새꼬막 때문이기도 하다. 참꼬막에 비해 껍데기에 패인 골이 얇고 털이 난 새꼬막은 양식이 가능한데다 서남해안에 걸쳐 난다.
(선술집이나 포장마차에서 내놓는 꼬막 안주는 새꼬막일 경우가 많다. 사진은 새꼬막 한 접시)
겨울 한 철 나는 참꼬막에 비해 사철 나고 대량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도 참꼬막을 능가한다. 맛은 참꼬막보다 못하지만 가격이 싼 관계로 식당에서도 새꼬막을 내놓는다. 식당에서 양념 발라 나오는 건 거의 100프로 새꼬막이다.
사정이 이러니 참꼬막을 먹을 기회를 차단당한 중부 이북지역 사람들은 지금도 참꼬막보다 새꼬막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참꼬막 새꼬막 구분없이 식당에서 나온 꼬막이 진짠 줄 안다. 그렇게 쫄깃하고 진한 참꼬막의 맛을 모르는 체 양념 맛 새꼬막에 길들여왔으니. 참꼬막에 대해 특별한 메리트를 가지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덕분에 참꼬막은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고 우리들만의 즐거운 맛이 되었죠. 참꼬막은 지하 광맥과 같아요. 광맥처럼 숨겨진 참맛이라고나 할까요. 가격이 오를까봐 소문내고 싶지 않은 맛이기도 해요. 그 맛을 알고 나면 다른 조개는 심심해서 못 먹을 정도예요. 그래서 감히 꼬막 맛을 모르고서 조개를 논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맛객은 가격이 오를까봐 소문내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주머니속의 송곳은 삐져나오기 마련이다. 미식인구가 늘어나면서 참꼬막을 찾는 그대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런 그대들을 위해 꼬막은 어떻게 먹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는지, 사진과 함께 하면서 알아보기로 한다.
참꼬막 숙회
벌교 참꼬막을 쳐주는 건 맛도 있지만 뻘이 거의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굳이 해감할 필요도 없다. 찬물에 잘 씻기만 하면 된다.
자 팔팔 끊는물에 꼬막을 넣는다. 일단 굵은것을 고른다음 먼저 넣고 알이 잔것은 나중에 넣는다.
같은 참꼬막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삶느냐에 따라서, 니맛도 되고 내맛도 되고 니맛도 내맛도 아닌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저마다 꼬막 삶는 비법은 가지고 있다. 소쿠리에 꼬막을 놔두고 끊는 물을 끼얹는다는 그대도 있고, 일단 불을 끈 다음 찬물 한 그릇을 끊는 물에 부은 다음 꼬막을 넣으라는 그대도 있다.
맛객은 일단 물을 팔팔 끊인 다음 꼬막을 넣고 40~1분여 삶아낸다(1kg 기준). 이때 냄비를 들고 물이 오른쪽으로 회전하게 돌려주어야 한다.
뜨거운 물에 잠긴 참꼬막, 이번엔 좀 다른 방법으로 해봤다. 끊는 물에 찬물을 조금 붓고 꼬막을 넣고 다시 찬물을 조금 부은 뒤 4분여 두었다. 다음에는 꼬막이 물속에 들어가고 나면 절대 찬물을 붓지 말아야겠다.
꼬막 까기가 정말 힘들다. 꼬막이 덜 익었다고 다시 삶아도 안 된다. 꼬막의 살이 양 껍데기를 따라서 갈라진다. 최악의 꼬막이 된다. 꼬막은 껍데기를 까면 무조건 한쪽 껍데기 쪽으로 붙어야 한다. 뭉치면 맛이 살고 흩어지면 맛은 죽는 게 꼬막이다.
맛객이 어렸을 땐 참꼬막 새꼬막 그런 구분도 없었다. 그냥 꼬막이라 하면
무조건 참꼬막 이었으니까.
자 꼬막을 삶아서 찬물로 코팅했다.
연세가 있어 보이는 꼬막이다. 앞서 거론했듯, 꼬막은 너무 커도 맛 없다. 큰걸 찾으려면 피꼬막(피조개)를 먹는 게 낫다.
그래프가 등장하니 왠지 딱딱한 수업분위기가 난다. 다음부터는 그래프 그리지 말아야겠다.
자 피 빛을 내 뿜는 참꼬막.
꼬막은 삶은 후 7~10여시간 지난 후가 맛있다고 했다. 숙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 이유때문만은 아니다. 방금 삶은 꼬막은 사진처럼 핏물이 남는다.
물론 껍데기에 고인 걸 마셔주면 그만이지만 꼬막 한 개가 지니고 있는 맛을 나눠먹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식은 꼬막은 핏물이 응고가 되어 거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살점과 함께 한번에 먹을 수 있다.
당연히 나눠진 맛보다 낫다.
참꼬막은 맛있는 만큼 쉽게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푹 삶거나 별로 싱싱하지 않는 놈들은 누구라도 쉽게 껍데기를 벌릴 수 있겠지만 싱싱한 놈을 숙회로 삶아내면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쉬게 벌어지는 조개는 맛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이 맛난 걸 여우가 학에게 준 음식처럼 눈으로만 보고 있어야 하나.
꼬막 까는 데에도 노하우가 있으니 걱정 말라. 공개하겠다.
먼저 이 사진을 봐주기 바란다. 동그란 힘줄이 선명하게 보인다.
꼬막을 정면에서 보면 뾰족한 쪽에 힘줄이 있다. 지렛대원리를 이용하여 아래 둥근 부분에서
벌려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이런 꼬막을 맛 볼 수 있다.
꼬막은 깠을때 살점이 한쪽 껍데기로 붙어야지 살점이 찢어지는 순간 맛은 반감된다.
얇은 막 속에 핏물을 가두고 있는 게 싱싱한 꼬막이고 잘 삶아진 상태다.
싱싱하지 않은 꼬막은 육즙과 핏물이 빠져 탄력성도 없고 축 쳐져있다. 사진처럼 육즙을 가두고 있어 바람든 풍선처럼 보이는 게 싱싱하다.
꼬막은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가 않는다. 굴구이 좀 먹다보면 물리는 것과 다르다. 꼬막에 막걸리를 곁들여도 좋다.
깨끗한 껍데기, 맛객이 새꼬막 보다 참꼬막을 선호하는 데에는 맛있기 때문이다. 그건 당연한 거고 다른 이유도 한 가지 있는데. 새꼬막을 먹을 때 보면 언제부터인지 껍데기 안쪽에 혹처럼 볼록 난게 보이고. 시커멓게 변색되기도 했다.
왜 그런 상태가 생기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짐작컨대, 오염된 바다에서 자랐기 때문에 새꼬막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그 이유로 예전에는 새꼬막 껍데기도 사진의 참꼬막처럼 깨끗했다.
보태기/ 이 글은 정보성 포스트입니다. 꼬막 구입 시 그냥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꼬막 주문하러 가기 ▷ http://dnshop.daum.net/html/event/eventA687_joy61205.html?Sid=3712_D1020000_02_01
2007.1.8 맛객(블로그= 맛있는 인생)
중국에도 참꼬막 이란놈이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수소문 해보고 있으면 시식한번 해봐야 겠읍니다
---우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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