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출신 금융인 가오(高)모(35)씨는 지난해 8월부터 서귀포의 한 리조트에서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딸은 브랭섬 홀 2학년생이다. 그는 "학비가 비싼 만큼 시설이 좋고 수업이 다양하다. 입시 위주인 중국 학교와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자녀를 둔 푸이다이들을 사로잡은 제주도의 첫째 매력은 '좋은 학교'였다. 이들의 교육열은 한국 '강남 엄마들' 못지않다. 브랭섬 홀 교직원 윌리엄 퍼시는 "매일 중국인 학부모가 학교에 전화를 한다. 주로 시험 성적이 떨어진 이유나 학교생활 적응 여부를 묻는다"고 말했다.
개교 당시 3명이었던 브랭섬 홀의 중국인 학생은 62명으로 늘었다. 전체 재학생(595명) 중 10.4%, 외국인 학생(72명) 중 86.1%에 이른다. 푸이다이의 2세들이 급증하면서 처음 3명이었던 중국어 능통 교사는 8명으로 늘었다. 브랭섬홀 10학년인 궁밍(17)양은 "학교에서 체스·승마·테니스·발레·비주얼아트·드럼을 배웠고 지금은 학생회와 모의유엔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롄 출신 궈(郭)모(38)씨의 아들(12)도 브랭섬 홀에 다닌다. 2013년 1월 제주도 리조트를 구입한 궈씨는 "제주도 국제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킨 부모들은 학비로 연간 최소 25만위안(4300여만원)을 쓰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나 같은 경우는 약 30만위안(약 5250만원)을 쓴다"고 했다. 궈씨는 아들에게 피아노·농구·골프·테니스 과외도 시키고 있다고 했다. 궈씨는 "캐나다 학교도 알아봤지만 제주도 학교도 캐나다 못지않게 좋았고 상하이에서 거리가 가까워 사업하는 남편이 왕래하기 쉽다는 점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했다.
푸이다이가 꼽은 제주도의 또 다른 매력은 깨끗한 환경이다. 제주의 헬스케어타운에 입주한 판(范)모(63)씨는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라고 했다. 판씨는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적용되는 인천이나 부산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대도시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징 대기의 초미세 먼지(PM 2.5) 등급이 '양(良)' 이상이었던 날은 365일 가운데 172일밖에 안 됐다. '중도(重度) 오염'인 날이 45일이나 됐다. 그에 비해 제주도는 대기 중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이산화질소 함량이 한국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좋은 교육과 맑은 공기를 값싸게 누릴 수 있으니 푸이다이들에게는 금상첨화다. 베이징에 사는 천(陳)모(35)씨는 평당 18만위안(약 3125만원)이 넘는 베이징의 국제무역센터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 그가 2014년 구입한 제주도 리조트의 평당 가격은 1100만원으로 베이징 자택의 3분의 1수준이다. 깨끗한 환경으로 인기가 높은 싱가포르의 집값도 평당 1만5000싱가포르달러(약 1210만원)로 제주보다 비싸다. 상하이 출신 쉬(徐)모(38)씨는 "제주도는 가깝고 집값도 싸서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제주도와 호주 시드니를 놓고 고민했던 리(李)모(43)씨는 2013년 1월 제주도에 5억5000만원짜리 리조트를 구매했다. 그는 "호주에서 투자이민비자(SIV)를 받으려면 최소 130만달러(약 14억1024만원)가 들지만 제주도는 50만달러(약 5억4240만원)만 투자하면 거주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했다. 뉴질랜드와 싱가포르는 거주 비자를 받기 위해 각 120만달러(약 13억176만원)와 250만달러(약 27억2000만원)를 투자해야 한다. 제주에 비해 3~5배쯤 많은 금액이다. 상하이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류(劉)모(46)씨는 "50만달러는 내 자산의 20분의 1도 안 된다"라며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제주의 리조트 가격은 정말 부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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