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를 통해 중국은 항상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中華)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진 나라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과거 중국에는 ‘한, 당, 원, 명, 청(漢唐元明淸)’ 5대 통일왕조가 있었다. 이들 5대 통일왕조는 당시 전 세계 GDP의 30%를 차지했으며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를 주도하는 등 세계 중심질서의 위치에서 아시아의 패자로 군림했던 화려한 역사가 있다. 이른바 ‘팍스 시니카’다.
라틴어로 팍스(Pax)는 평화(Peace), 시니카(Sinica)는 중국(China)이라는 의미다. 팍스 시니카란 중국주도의 평화시대를 뜻한다. 즉, 경제대국이 된 중국이 자기 뜻대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게 된다는 것이다. |
한때 패쇄적인 사회주의 국가였지만, 현재의 중국도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패권국가, 세계의 중심질서가 되고자 하는 야망을 키워가고 있다. 과연 그들은 과거의 팍스 시니카를 재현할 수 있을까?
물론 현대의 세계질서는 과거 봉건시대와는 그 양상이 크게 다르다.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려면 경제대국이 되어야 하고 정치적 민주화와 개혁개방이 완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화는 곧 시민사회의 성숙을 뜻한다. 중국은 경제대국을 달성했으며 개혁개방이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시민사회의 성숙도는 어떠한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고속성장과 ‘팍스 시니카’에 대해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미국 및 서구적인 시각과 가치관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중국의 미래를 일방적인 관점으로 단정 짓는 데서 오는 주관적인 착시현상 탓이다. 따라서 중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파워엘리트와 중국 시민사회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먼저, 중국을 단순히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프레임 속에서 바라본다면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현재의 중국은 과거 봉건왕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의 엘리트 구조나 정치체제 그리고 사회구조 등은 봉건왕조의 경우와 매우 유사하다. 청나라에 이어서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공산왕조가 중국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잃어버린 160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새로운 세계질서 확립을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팍스 시니카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개혁개방 이후 30년간 중국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중국 지도부의 탁월한 리더십에 기인한다. 중국의 파워엘리트 그룹은 중국의 상위 6%에 해당하는 7,800만 공산당원들로, 이들은 각종 특권과 부귀영화의 영속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서도 중국의 ‘성골’과 ‘진골’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태자당(太子黨)’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개국공신의 후예들과 덩샤오핑(鄧小平)의 가족 및 친지 그리고 당 중앙 영도자들의 자녀들로 이루어져 있다. 재임 중에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우리나라나 서구사회와는 달리, 이들은 퇴임 후에도 서로 간의 신의를 바탕으로 ‘꽌시(關係)’를 형성하여 배타적 이익집단으로 특권을 세습화 내지 영속화하고 있다. 중국의 차세대 주자 가운데 한 명인 시진핑(習近平) 현 중국 국가부주석도 태자당의 일원으로 태자당의 중심인 덩푸팡(鄧僕方 덩샤오핑의 아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태자당의 일부는 경제분야로 진출, 민영기업가로 성공하면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결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2020~2050년 사이에 중국의 중요 국영기업이 민영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태자당이 그 중심에서 경제권력을 장악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와 함께 중국의 지도자 배출 시스템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최고 의사결정은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들로 구성된 집단지도체제에서 이루어진다. 이들은 민주적인 갈등조정 과정을 거쳐 국익을 우선시하는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민주국가들의 경우, 의사결정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사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하도록 되어 있어서, 갈등이 야기되고 최종결정이 더딘 데 반해, 중국의 최고 지배 엘리트들은 당(黨)이라는 틀 속에서 정치, 행정, CEO 역량을 두루 갖춘 슈퍼 시니어(super senior)로서 최고의 지위에 오른 만큼 ‘고수(高手)’들끼리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비생산적인 소모전을 벌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한 지도자 배출 시스템도 사회주의 특성에 맞게 매우 효율적이다. 기층조직인 촌(村), 향(鄕), 진(鎭) 대표로부터 시작해서 현(縣), 성(省)의 대표를 거쳐 전인대(全人代) 대표, 나아가서 중앙위원회 위원, 중앙정치국 위원이 되기까지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의 계단식으로 올라가며 정치, 행정, 경영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역량을 배양하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따라서 최고위급 정치국 상무위원뿐 아니라, 미래의 정치 엘리트를 꿈꾸는 지방의 당서기, 시장급 인사들도 매우 뛰어난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산당 간부들의 부패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중국을 봉건사회의 연장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부패의 정도는 사회적으로 용납이 가능한 수준으로 여겨진다. 봉건사회에서는 10%의 엘리트가 정치, 경제 권력을 장악했으며 90%에 이르는 민중은 이에 대해 암묵적으로 합의해왔던 것처럼 민주사회의 시각에서 부패라는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이렇게 볼 때, 서구적인 시각에서 중국의 체제를 당(黨)중심, 봉건왕조 식으로 폄하하며 그들의 ‘팍스 시니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객관적이지 못하다. 중국은 그들만의 시스템으로 일사분란하고 효율성 있으며 노련하고 현명하게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팍스 시니카’ 달성은 오히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봐야할 것이다.
현대는 민중의 시대이다. 아무리 왕권국가, 전제국가라 하더라도 민중 파워는 막강하며 이른바 ‘재스민 혁명’에서 보듯이 민중의 힘은 전 세계적으로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사회주의적 획일성과 전통적 봉건성이 여전한 중국의 시민사회는 어떠한가?
민주 서구사회의 일각에서는 중국이 시민사회의 성장, 그리고 티베트, 신장(新疆) 등 변방의 독립운동에 의해 붕괴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물론 현재의 중국은 시민사회 형성의 초기단계로, 경제성장을 통한 ‘소강사회(小康社會 : 중국이 지향해 온 국민들이 먹고 살 만한 사회)의 성장, 그리고 ‘화이트칼라(white collar)’의 증가 등으로 국민들의 정치적 욕구가 태동하는 시점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1인당 GDP 5,000~10,000달러 선에서 중산층이 부상하기 시작하는데, 중국은 2020년경 1인당 GDP가 7,5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봉건사회의 연장선상에 있는 중국이 가까운 장래에 서구적 의미의 ‘시민사회’로 형성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국의 1인당 GDP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2020년에 이르러서도 실질 GDP는 시민사회 형성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은 국부(國富)의 76%를 국가가 소유하고 있다. 말하자면 GDP의 3분의 2가 국가의 몫이고 3분의 1만이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로 말미암아 현재 중국의 1인당 GDP는 4,000달러가 넘지만 실질적으로는 1,300달러 수준으로 봐야 한다.
비교적 소득수준이 높은 연해도시(沿海都市)의 경우, 상하이 시의 GDP가 11,000달러로 체감 GDP를 3,500달러로 본다면, 한국의 1988년 서울올림픽 직후인 1990년 초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이 2020년 1인당 GDP 7,500달러를 달성해도 실질적 GDP는 그 3분의 1 수준인 2,500달러로 정치적인 욕구가 분출되기는 어렵다.
중국에서 시민사회 형성이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민주국가의 경우, 시민사회의 핵심그룹은 지식인과 자본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에서 이들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은 서구의 민주국가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파워계층이 되지 못한다. 한마디로 시민사회를 이끌 선도그룹이 없다는 것이다.
서구와는 달리, 중국의 대학교수, 의사, 변호사 등의 정치, 사회적 지위는 낮은 편이며, 기자(記者)와 같은 언론인 역시 대부분이 공산당의 홍보요원, 공보관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중국의 리더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전인대(全人代)’에서도 전문가 그룹으로서의 대표성을 찾을 수 없다.
성공한 민영기업가의 경우, ‘전인대’에 참여비율이 8%대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상호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착한 경우여서 아직까지는 시민사회 형성의 주축이 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의 공산당이야말로 중국 역사상 가장 효율적으로 전 중국을 통치하고 있는 집단이다.
공산당원은 모든 소조직에 ‘서기(書記)’라는 타이틀로 진출해서 일반 국민의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지배하고 통제한다. 국민들은 공산당의 그러한 장악력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중국은 ‘문화혁명’이라는 암흑기를 경험한 까닭에 정치권력에 대한 도전이 얼마나 큰 응징과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중국에서 시민사회가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참여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며 경제, 사회적 영역에 국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의 미래를 전망하려면, 중국이 갖고 있는 그들만의 특별한 체제로 분석하고 파악해야 하며, 서구식 시각과 가치관으로 본다면 오류와 착각을 범하기 쉽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머지않아 최소한 동남아시아 를 비롯한 중국의 주변국들은 「슈퍼차이나」와 부딫치며 싸우며 깨지고 많은 억울함을 당하면서 분노하고 우리나라 또한 지금은 서로 필요에 의해서 많은 교역을 하면서 윈윈 하는듯 하지만 어쩔수없이 「미니코리아」의 한계를 실감 할 날이 머지않았으리라고 추측해본다.
- 고경환의 China Life -
[출처] [김정기] 중국의 파워엘리트와 시민사회를 어떻게 보나|작성자 jeongke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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