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수민족의 명절이야기(2)
춘절은 중국인들의 1년 중 첫 전통 명절로 과거에는 춘절을 ‘신년’이라고 불렀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줄곧 음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 날이 정월 초하루, 새로운 1년의 시작이 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4000여 년간 춘절을 지내왔다고 하는데 우순(虞舜)이 부흥시켰다고 한다. 기원 2000여 년 전 어느 날, 순(舜)이 천자에 즉위하여 부하들을 데리고 천지에 제사를 지냈는데 이 때부터 사람들은 이 날을 세수(歲首, 정월)로 여기고 정월 초하루로 간주했다. 이것이 음력 설의 유래이며 훗날 춘절이라고 불렀다. 1911년 신해 혁명 후 중국이 양력을 채택하면서 음력 설을 ‘춘절’ (약 양력 1월 하순~2월 중순 사이) 로 바꿨다. 춘절에는 집집마다 춘롄, 세화를 붙이고 집안을 장식한다. 춘절 전날 밤을 ‘섣달 그믐’이라고 부르는데온 집안 식구들이 함께 모여 풍성하게 차려진 ‘제야 음식’을 먹고 많은 사람들이 밤을 세우기 때문에‘서우쑤이(수세,守歲, 묵은 해를 지키며 보내는 것)’라고도 부른다. 이튿날은 친지와 친구 집으로 ‘새해 인사’를 하러 가서 서로 안부를 묻고 새로운 한 해에는 소원성취하길 바란다는 덕담을 한다. 춘절의 전통 놀이로는 사자무, 용등무, 화한촨(획한선,划旱船), 차이가오챠오(채고교, 踩高蹺, 높은 나무다리를 타고 걷기)가 가장 보편적인 민속 놀이로 알려져 있다.(번역 감수: 김명희)
《무로족(仫佬族)의 이판제(依飯節)》
이판제(依飯節)는 무로족이 매우 성대하게 보내는 명절이다.
무로족 (仫佬族)은 중국 광서 장족자치구 라성 무로족 자치현에서 살고 있는 산지 민족이다. 그들 중 일부는 라성현 부근의 선산, 유파, 도안 등 현과 시에 산재하여 장족, 한족, 요족, 묘족, 모남족, 수이족과 함께 살고 있다.
주로 광시(廣西) 뤄청둥먼(羅城東門), 쓰바(四把) 등지에서 유행하고 진(辰)년,미(未)년,축(丑)년의 동지마다 지낸다. 이판제는 무로족이 신에게 풍년과 가축의 흥성을 기원하는 명절이다. 이판제는 각 종족의 분파인 ‘둥(冬)’을 단위로 하여 돌아가며 맡는다. 이판제는 일반적으로 공공 사당에서 지내며 사당 앞에 무대를 만들어 중앙에 테이블을 놓고 테이블 위에 제물을 놓는다. 의식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무당이 주재한다. 의식을 행하는 동안 무로족 사람들은 노래하고 춤을 춘다. 이 행사는 날이 밝을 때 시작해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끝이 난다.(번역: 김민희)
무라오녠(仫佬年)은 음력 10월 첫 번째 토끼 날에 지낸다. 구이저우(貴州) 첸난(黔南), 첸둥난(黔東南) 일대의 무로족에서 주로 유행한다. 명절 전 현지 무로족은 일찍부터 츠바(糍粑, 찹쌀로 떡처럼 만들어 그늘에 말린 음식)를 만들고 술을 빚어 명절 준비를 한다. 당일엔 닭, 오리, 생선 등을 먹으며 형편이 넉넉한 집에서는 돼지를 잡고 어떤 집은 몇 집이 합쳐 돼지를 잡는다. 명절 첫 날, 무로 마을에선 우물물로 씻고 화로의 불씨를 끄고 불씨를 잘 싸야 하며 명절날 아침 새로운 물을 길어와야 한다. 이날엔 집집마다 폭죽을 터뜨리며 남녀노소 새 옷을 입고 밥을 먹기 전 온 가족이 모여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다. 무로족은 무라오녠을 다녠(大年)이라고 하고 춘절을 샤오녠(小年)이라고 부르며 다녠을 춘절보다 더 떠들썩하고 흥겹고 성대하게 쇤다. 무라오녠은 무로족에게 길일이기 때문에 젊은 남녀는 종종 이 날 혼례를 올린다.(번역: 김민희)
저우포제(走坡節)은 음력 8월 15일 거행한다.
광시 뤄청 등지(廣西羅城)의 ‘저우포제(走坡節)’에서는 무로족 젊은 남녀가 특정한 산비탈을 오르며 노래를 부르며 반려자를 찾는다. 서로 마음이 맞으면 다음 오르는 시기를 기약하고 남자는 월병을, 여자는 천으로 만든 신발을 증정한다. 그래서 ‘8월 중추절에 남자가 월병을 보내면 9월 중양절에 여자가 신발을 보낸다’는 풍습이 있다. 이 날은 밤까지 각 마을의 젊은이들은 ‘예징(野敬)’을 해야 한다.
구이저우(貴州)에서는 정월 초하루와 8월 15일 산비탈을 올라야 한다. 이 때 남자는 새 옷을 입고 머리에는 수건을 매며 여자는 화려한 꽃 무늬 상의와 주름치마를 입고 ‘후이창(會場)’에 모인다. 남자들은 장대타기, 더우췌(鬪雀, 참새싸움), 두이췌(對雀, 참새 몇 마리를 같이 놓고 더 많이 지저귄 참새를 뽑는 것)등을 하고 여자들은 노래를 부르고 두이거(對歌)를 하고 춤을 춘다.
매우 풍부한 명절문화를 자랑하는 무로족의 명절엔 춘절, 원소, 춘서(春社, 봄 지신제), 청명, 단오, 추서(秋社, 추수감사사제), 중추, 중양, 짜오왕제(灶王節) 등 현지 장족, 한족의 공통 명절 외에 많은 민족 고유의 명절이 있다. 즉, 거의 매월 명절이 있다고 보면 된다. 무로족은 각 민족과 같은 명절을 지내긴 하지만 남다른 민족적 특색이 있다.
서제(社节)
서제는 펀러우촨제(分肉串節)라고도 한다. 서왕(社王)에게 제사를 지내는 명절로 춘서(春社)와 추서(秋社)로 나뉜다. 봄철인 2월에는 1년 동안 좋은 날씨와 풍년이 들게 해달라고 서왕(社王)에게 기도한다. 가을철인 8월에는 서왕이 내려주신 수확에 보답한다. 서제는 마을 단위로 거행하며 각 가정에서 십시일반하여 향촉과 가축을 장만한다. 명절 당일 서왕묘에 향촉을 피우고 돼지를 잡아 마을 가구 수에 따라 돼지고기를 나누었다가 제사가 끝나면 각 가정에 나누어준다. 고기는 꼬치용 대나무에 끼워 대나무 장대에 걸어 묘의 양쪽에 놓는다. 익힌 돼지머리, 발, 꼬리와 내장은 제단에 놓는다. 제사가 끝나면 모두 모여 음식을 먹은 후 나누어 준 고기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 선조에게 제사를 지내고 명절을 쇤다. 서제는 아들을 낳는 것과 관련된 풍습이 있다. 같은 해 아들은 낳은 집은 닭, 고기 등 제물을 모아 서르(社日) 전 날 밤 서왕에게 아들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 드리는 제사를 지낸다.(번역: 김민희)
화포제(花婆節)
화포제(花婆節)는 포왕단(婆王诞)’이라고도 하고 속칭 ‘샤오얼제(小儿節)’라고 한다. 음력 3월 3일 지낸다. 무로족은 ‘화포’를 생육을 관장하는 신으로 여기고 그녀가 화원에 심은 꽃이 모두 사람으로 변할 수 있으며 그녀가 꽃을 보내는 집은 아이를 낳는다고 믿었다. 사람이 죽으면 그녀의 화원의 꽃으로 환생한다고 한다. 화포제를 지낼 때 각 마을에선 소와 돼지를 화포묘 앞에 끌고 가서 잡은 후 제사를 지낸다. 제사를 지낼 때 ‘둥터우(冬頭)’(종족 각 분파의 수령)가 화포에게 각 가정의 상황을 알리고 꽃을 내려주신 은덕에 감사하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한다. 제사가 끝나면 같이 모여 음식을 먹는다. 신혼부부는 결혼할 때 아이를 낳으면 그녀의 은덕에 보답할 것이라고 빌며 하루 빨리 아이를 보내달라고 소원을 빈다. 아이를 낳은 후엔 화포제 때 붉은 색으로 물들인 삶은 달걀과 술과 고기를 화포에게 올리고 제사를 지내며 제사가 끝나면 붉은 달걀을 각 가정에 나누어 주며 각 가정에도 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한다.
취충바오먀오제(驅蟲保苗節)
츠충제(吃蟲節)라고도 부르는 취충바오먀오제(驅蟲保苗節)는 해충을 쫓는 명절로 음력 6월 초이튿날 지낸다. 출가한 딸은 이날 친정에 돌아와 명절을 쇠야 하는데 오늘 도중 해충을 잡아 와 친정에서 볶아 먹는다. 마을 사람들은 경작지의 츠충묘(吃蟲廟)에 모여 먼저 제사를 지내고 츠충냥냥자냥(吃蟲娘娘甲娘)에게 기도한다. 이 명절민속은 사람들이 해충을 박멸하는 농사활동을 기반으로 형성된 것임을 잘 알 수 있다.